현해탄, 천 년에 걸친 무서운 음모
우리는 늘, 일본의 주기적인 독도 도발과 교과서 왜곡 등에 분노하고 또 일본해에 흥분합니다. 그러나 정작 현해탄엔 깜깜하여 여러모로 무색할 때가 잦습니다. 현해탄의 속내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조선을 정벌하자. 현해탄을 건너자.' 제 주관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만, 잘 모르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우리 땅 독도, 일본은 침략적 야욕에 아예 몸살이 났지요. 우리 바다 동해, 일본해 지워버리기 참 어렵고요. 그리고 대한해협, 일본은 진작 거저먹어 해치운 대마도(쓰시마도)를 내세워 쓰시마해협으로 부릅니다. 국제공인을 무시하고 말입니다.
대한해협은 부산을 중심축으로 한 우리나라 동남부에서 일본 규슈(九州) 북서부와 혼슈(本州) 서남부에 이르는 해역 전체를 말하는데요. 바로 이 대한해협 안에 있는 쓰시마도(對馬島)와 규슈 사이가 국제공인 쓰시마해협(Tsushima Strait)입니다.
△국제공인 대한해협(Korea Strait)∥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현해탄-겐카이나다는 나와 있지도 않음)
그리하여 일본은 쓰시마해협 둘, 대단하죠.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볼 사안은 독도 도발 속내가 독도 주변 황금어장 말고도 우리가 막부득이 손 놓아 거저먹은 대마도(對馬島) 감추기로 추정된단 사실입니다. 어쨌거나 이제 현해탄으로 갑니다.
△일본 규슈 지방 사가 현 가라쓰 시에서 바라본
겐카이나다∥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쓰시마해협에 속한 가라쓰(唐津) 북서쪽의 이키시마(壱岐島)에서 후쿠오카(福岡) 북동쪽의 오시마(大島) 아래쪽이 바로 '북쪽 바다 여울'이라는 뜻의 겐카이나다, 즉 현해탄입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대한해협>쓰시마해협>겐카이나다
<이키시마나다 또는 오시마나다가 아니고 겐카이나다입니다. 주목해야 합니다.>
겐카이나다는 에도시대 이전엔 玄海灘, 이후엔 玄界灘을 함께 썼는데, 그 발음은 같습니다. 1798년 당시 일본(관정 10년)의 한 기록은 '조선 부산포 가는 바닷길'의 의미로 '조선 부산해'였습니다. 그러다 다시 玄海灘과 玄界灘을 함께 쓰게 됩니다.
△1980년 일본 지도상의 겐카이나다(玄海灘)∥이미지 출처: 독도본부
한자를 한번 들여다보죠. 현(玄)은 고요하고 심오하여 아득하니, 검은빛 하늘 북쪽 마음 등의 뜻이 있고, 해(海)는 바다, 탄(灘)은 여울, 또한 계(界)는 밭(田)을 지키는 갑옷 입은 사람(介), 경계 세계 등을 뜻합니다. 아울러 현해(玄海)든 현계(玄界)든 겐카이에는 <아득한 저 북쪽 하늘 '천손국/백제' 가는 바닷길>의 속뜻이 있습니다.
다른 의미가 더 있습니다. 후쿠오카(福岡)는 문자 그대로 행복의 언덕, 복은 하늘로부터 오는 것이므로 '천신궁'이 됩니다. 그리하여 후쿠오카 북서쪽 앞바다 겐카이나다는 하늘과 땅,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가 됩니다. 이러한 해석은 우리의 주몽 신화나 수로왕 신화를 본뜬 신공기(신공황후)의 무대가 되는 곳이기에 가능합니다.
거기까지는 좋습니다. 고구려나 신라와의 관계보다 훨씬 더 깊은 관계 속에 국가 발전에 큰 도움을 주었던 백제가 멸망한 후, 고구려 신라와도 단절하고 그들만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세우기 위하여, 우리의 천손강림신화를 자기들 것으로 꾸미는 과정에서, 왜에서 일본으로 진화해가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만 본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현해에서 부산해로 다시 현해로 바뀌는 명칭의 흐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임나일본부설(남선경영론)에 정한론(정조론) 어쩌고 하는 데까지 그 맥이 가 닿습니다. 결국은 침략 경로를 가리키는 거죠. (광개토대왕비문을 왜곡) 가야(임나)를 지배했었다. 조선을 정벌하자. 현해탄을 건너자. 무서운 음모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키시마나다나 오시마나다가 아닌 겐카이나다로 한 바로 그 속내입니다. 대마도 처음에는 고구려 광개토대왕 때부터 임나로 불렀으나, 이후 신라 성덕왕 때부터는 일본이 대마도로 불렀으며, 경상도 속주가 되기도 했다가 오늘에 이르게 됩니다.>
한 꺼풀 더 벗겨봅니다. 후쿠오카는 고대 일본 왜의 최대세력 야마토 정권 본영지였습니다. 그들이 겐카이나다를 벗어나 대마도(쓰시마도)에 이르면 거긴 이미 우리나라, 그러니까 오늘날의 국제공인 쓰시마해협, 그 동남쪽 끄트머리 겐카이나다가 당시 한·일 간의 실질적 경계였다는 얘깁니다. 말 나온 김에 잠깐 대마도로 갑니다.
국내외 여러 자료를 보면 1951년까지는 우리 영토입니다. 일본은 1861년 대마도가 우리 땅임을 인정했다가 7년 뒤 메이지유신 때 슬쩍 먹어치웁니다. 이후 83년 뒤인 1951년 샌프란시스코조약이 일본 땅으로 확정하면서, 전쟁 중이던 우리는 또 그냥 빼앗기고 맙니다. '반드시 되찾아와야 할 우리 땅'입니다. 다시 현해탄으로 갑니다.
백제부흥전쟁 백마강(금강)전투에 지원군을 보낸 왜, 이를 결정한 야마토 정권의 사이메이여왕, 그녀가 모델로 추정되는 신공황후(신공기), 삼한/삼국을 정벌하여 지배합니다. 정한론의 시작이죠. 이 신화는 후백제마저 사라진 후, 무려 천 년의 그 오랜 세월, 아직도 일본인의 집단 무의식을 형성합니다. 현해탄을 건너자.
<배달겨레 한민족의 한(韓)은 배달국 고조선 한(韓)나라 이래의 우리 민족의 이름으로, 삼한이라고 하면 마한 진한 변한 등에 고구려 백제 신라까지를 아울러 이릅니다. 조선을 대한으로 바꿀 때도 같은 맥락이었죠. 삼한/삼국을 지배했다고 하는 신공황후 신화 이래, 정한론이 등장할 때 정조론이 아니었던 내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일부 언론과 상당수 국민은 해협이라기보다 사실상 여울(탄)에 불과한 데다 음모까지 숨어 있는 현해탄을 대한해협과 동의어로 잘못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 현해탄' '현해탄은 알고 있다' '일 독도 도발, 현해탄 긴장 고조' 등등. '식민잔재'가 영 엉뚱한 모습으로 우릴 지배하고 있는 셈이지요.
물론 삼국시대 유민 외 끌려간 도공부터 '반도 출신' 학도병 징용 위안부까지 우리 민족의 한이 서린 곳인 데다 일본도 한·일 간의 경계로 인정해왔던 만큼, 윤심덕의 사의 찬미에 이은 아, 현해탄 이래의 '민족감정을 담은 상징적 문학적 표현'일 뿐이라고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속속들이 일본의 '한'이 담긴 일본의 명칭입니다.
목격자 없는 음모론의 윤심덕 또한 대마도를 지나며 죽었다는데, 현해탄에 의미를 두고는 아, 현해탄 합니다. 민족의 애환이 깃든 곳이라 합니다. 그래선가요. 상당수 우리 국민은 아직도 현해탄을 대한해협과 동의어로 착각합니다. 안 될 말이지요.
<이 외에도 알고 보면 여러모로 창피한 일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인데요. 그런 일이 늘 반복되는 까닭과 해법은 나중에 따로 짚어보겠습니다.>
몇 가지만 더 말씀드립니다. 현해탄, 일본의 겐카이나다를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겁니다. 일제시대,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준말이죠. 어떻습니까. 현해탄 일제시대 하면 은근히 내선일체 느낌이 풍기지 않습니까. 현해탄에선 아련한 그리움이 피어나고 일제시대에는 털끝만큼도 강제의 느낌이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느껴집니다.
그 시절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식민지시대라는 말도 은연중에 그 시절에 관한 괴이쩍기까지 한 일종의 '향수'가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잘못 사용하는 현해탄은 대내외 공식명칭 대한해협으로, 식민지시대 또는 일제시대는 망국임정기(亡國臨政期) 또는 일제강점기로 고쳐 써야 하지 않을까요.
또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반도(peninsula)는 지리용어, 삼 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한 면은 대륙에 이어진, 대륙에서 바다 쪽으로 좁다랗게 돌출한 육지를 말하죠.
그런데 이건 또 뭡니까. 큰 땅덩어리(아시아 대륙) 일부임에도, 우리는 반만 대륙 반은 섬나라, 우리 한반도, 우리끼리 말할 때도 우리 한반도. 그냥 우리나라, 우리 한국 또는 우리 대한민국 하면 안 됩니까. 한반도와 대한민국, 결이 매우 다릅니다.
주권국가 국민이 왜 그렇게 무감각하게, 아무 때나 자기 나라를 지구 표면상 (지정학적 지형학적) 위치로 축소해서 말을 합니까. 무슨 지리공부도 아니고 말입니다.
우리처럼 반도국가인 이탈리아가 그들 스스로 우리는 절반은 섬나라라고 힘줘서 말하는 거, 한 번이라도 들어 보셨나요. 저는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보고 들은 바가 적어서일까요. 이베리아반도나 발칸반도에 있는 여러 나라도 각 나라 공통의 어떤 상황을 언급할 때 외에는, 어느 한 나라가 스스로 우리 반도 어쩌고저쩌고 자랑스레 말하는 거, 역시 저는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습니까. 무엇을 자랑스럽게 여기거나 결연한 의지로 얘기할 때 (뭐랄까, 이것도 민족감정을 싣는 건가요. 뭐 하여간) 흔히들 뭔가 강조하는 말로 잘 쓰지요. 우리 한반도 이러쿵저러쿵. 영화에다 소설제목까지 한반도.
이 대목에서 우리는 또 매우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대륙진출을 꾀하던 일본은 그들 열도를 내지로 하고 우리나라는 굳이 반도로 낮춰 불러 발아래 둠으로 섬나라 콤플렉스를 넌지시 감추려 했었죠. 너희도 절반은 섬이다. 반도 출신 운운.
그리고는 내지 일본과 반도 조선은 한몸이다, 내선일체! 일반적으로 일본이 처음 부르기 시작해 절반은 섬나라, 이씨조선(근세조선/조선왕조)! 아직도 우린 꿋꿋이 한반도, 무섭습니다. 물론 일종의 습관일 뿐이라고 치부할 순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것도 문제가 됩니다. 고치지 못하는 그 습관도 잘못된 교육의 산물일 테니까요.
다른 얘길 좀 더 해 보죠. 1592년부터 1598년까지(선조 25년~31년) 꼬박 7년 동안 일본의 침략으로 비롯된 전쟁. 이순신 장군의 활약이 없었다거나 도중에 도요토미히데요시가 죽지 않았다면, 그 당장 나라를 빼앗겼을지도 모를 바로 그 전쟁. 이게 무슨 황건적의 난 같은 남의 나라 난리 수준이었습니까. 임진왜란 정유재란 하게.
<국가와 국가 간 전면적 무력충돌은 난리보다는 전쟁이 좀 더 적확한 표현입니다.>
이 외에도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많습니다. 책으로 엮어야 할 만큼 넘쳐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별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잘못 사용하는 낱말들, 민족 자존심 차원에서 더는 쓰지 않았으면 하고 조심스레 몇 자 적습니다.*
2009.08.12(수)에 한 카페에 썼던 글입니다. 블로그 개설하고 전체모양을 갖춘 후 조금 손질해서 올려봅니다.*
2011.08.14(일)
수오몽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