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두 얼굴
야누스(Janus)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두 얼굴의 수호신이다. 앞과 뒤를 동시에 보는 신이라 하여 로마인들이 두 얼굴로 설정했다. 과거와 미래, 시작과 끝을 관장한다. 또한, 바깥일을 보러 나가거나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 통과하기 마련인 모든 집의 출입문과 성문을 지키고 아치(개선문)가 세워진 길을 지킨다.
<로마의 주피터는 그리스의 제우스인 것처럼 로마 신화 대부분은 그리스에 기원을 두는데 야누스에는 대응하는 그리스인의 신이 없다. 로마인의 독자적인 신이다.>
커다란 문이 달린 대로를 가로지른 청동 구조물 아치는 야누스가 머무는 성스러운 곳이다. 그래서 이 아치를 야누스라 한다. 야누스의 문은 전쟁이 시작되면 열리고 전쟁이 끝나야만 닫힌다. 한 해의 시작인 첫 달을 January라 이름 붙인 것도 야누스에서 유래했다. 한 해가 끝나고 다음 해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의미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올 한 해를 설계하는 야누스의 달 January, 매우 그럴싸하다. 하나(一)밖에 없는 길에 잠시 멈춰(止) 두루 살펴 바르게 하는 달, 正月과 뜻이 통한다.>
이처럼 모든 행동의 시작과 끝을 관장하며 전쟁과 평화를 상징하는 야누스는, 신화 속에서는 참으로 긍정적이다. 이러한 야누스가 오늘날엔 사회적 의미로 인간형을 표현할 때 자주 쓰인다. 두 얼굴 때문인지 쓰임새도 두 가지다.
여러 가지 매력을 동시에 갖추어 호감이 가는 사람을 가리켜 야누스의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 한다. 1박 2일의 '허당' 이승기를 한번 보자. 잘생긴 얼굴에다 키도 크고 가수에 연기자, 사회자로 다방면에 재능이 넘친다. 또한, 매우 겸손하다. 야누스의 매력을 발산한다. 그래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에 겉과 속이 아주 다른, 혐오스러운 사람을 가리켜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 한다. 멀쩡한 사람이 어린이를 성폭행했다거나, 흉악범을 잡고 보니 뜻밖에도 주변에선 그를 무척 성실한 남편이요 자상한 아버지로만 알고 있었거나 할 때 그런 사람을 우린 또, 양의 탈을 둘러쓴 늑대 또는 두 얼굴의 야누스라고 말한다.
도곡동 땅 문제가 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관련 기사를 두루 읽다 보니 새삼스럽게 그 사람 인간형이 두 얼굴의 야누스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야누스를 한번 짚어봤다.
그는 가면 쓴 사람이다. 가면의 생을 살고 있다. 그런데 지금, 그 가면이 시나브로 점차 벗겨지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닉슨 대통령은 가면이 벗겨져 백악관에서 쫓겨났다. 닉슨은 버티다가 쫓겨났지만, 그는 그리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 가면을 벗어 던졌으면 좋겠다. 스스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갔으면 좋겠다.
국민과 대화한다고 하더니 정작 TV에 나와선 혼자 떠든다. 그러면서 4대 강 어쩌고 무게 잡는 그를 보니 영락없는 개발독재 시대의 '똠방각하'다. 그에게 딱 한마디만 던지고 싶다. '여보쇼, 똠방! 삽질 좀 그만하고, 그냥 좀 물러가쇼!'*
참고∥'똠방각하'는 개발독재 시대의 부작용을 그린 최기인의 장편소설이다. MBC 드라마로 제작 방영됐다(1990년). 부연하면, 똠방하다는 말은 무엇의 모양이 짧고 뭉툭함을 이르고, 똠방거린다는 말은 안팎으로 볼품없이 생긴 사람이 아무 일에나 덤벙대며 간섭한다는 뜻으로 매사에 경거망동하여 함부로 날뛰는 모양을 이른다.*
2009.11.29(일)에 한 카페에 썼던 글입니다. 블로그 개설하고 전체모양을 갖춘 후 조금 손질해서 올려봅니다.*
2011.08.14(일)
수오몽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