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우화

농부와 늑대(리메이크)

수오몽생 2011. 9. 12. 10:43

 

봄날이었다.

 

밭을 갈던 농부가 황소를 밭둑 근처 다복솔밭으로 끌고 나가 물을 먹여 쉬게 하고 자신도 황소 옆에 앉아 곰방대에 담배를 피워 물었다.

 

바로 그때 먹을 것을 찾아 헤매던 굶주린 늑대 한 마리가 맛있는 황소를 보고 쩝쩝 입맛을 다셨다.

 

황소 곁을 떠나지 않는 농부 때문에 하릴없는 늑대는 슬그머니 밭에 들어가 벗겨둔 멍에를 핥기 시작했다.

 

멍에 줄까지 뒤척여가며 열심히 핥던 늑대는 자기도 모르게 그만 멍에 밑에 목을 들이민 채로 줄에 감기고 말았다.

 

황소의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돼버린 늑대는 허둥지둥 쟁기를 질질 끌면서 이리저리 밭을 갈 수밖에 없었다.

 

다복솔밭에서 돌아온 농부는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이렇게 말했다.

 

"하, 이놈의 늑대! 네가 나쁜 짓을 그만두고 그렇게 일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천하에 호가 난 못된 사람도 뭔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게 해야 한다.*

 

이솝우화 개작이며 사진은 제가 구매해 소장하고 있는 워낭소리의 한 장면입니다.

 

2011.09.12(월)

수오몽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