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제가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아, 아니네요. 잠자리에 들었다는 말은 적합하지 않네요. 자정을 넘겨 01시 반경까지 영화를 보다가 TV를 켜둔 채로 거실 소파에서 잠이 들었으니 말입니다. 딸아이 새벽 출근길 운전을 해줘야 해서 적어도 04시 10분까지는 일어나야 하는 제가 그만 늦게까지 영화를 보고 말았네요.
무슨 꿈인지 한참 꾸다가 문득 잠이 깼는데요. 아뿔싸, 안팎 사위가 훤해지고 말았네요. 아이코, 큰일 났네. 허, 우리 딸 지각하게 생겼네. 반사적으로 시계를 봤더니 03시. 휴, 살았다. 근데 왜 이리 훤하지?! 휘영청 밝은 달이 저를 깨웠더군요.
딸아이를 직장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니 05시 25분. 곤히 자는 아내 깰까 봐 안방엔 못 들어가고 딸아이 방 컴퓨터로 작업을 좀 하다가 졸려서, 또 소파에서 슬그머니 잠을 청했었지요. 한 시간쯤 잤을까요. 그사이에 꾼 꿈 이야깁니다. 너무도 생생해 몇 자 적어 봅니다.*
#1. 천지사방이 우중충한 오후. 변호사 노무현 간판이 내걸린 한 건물 옆 공터에 수많은 사람이 웅성거리며 서성대고 있다. 무슨 일이지? 한쪽엔 음흉한 미소를 띤 덥수룩한 수염 사내와 헝클어진 머리에 목소리는 한없이 상냥한 여자가 가냘프게 생긴 한 여자아이를 붙잡고 뭔가를 속삭이고 있다.
아이: 아니에요. 아빠는 먼데 가셨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꼭 돌아오실 테니 기다려주세요.
여자: 아니다. 네가 갚아도 돼. 너희 집문서만 우리한테 넘겨 줘. 그렇게만 해주면 우리가 너를…
나: 여보시오. 애를 붙잡고 무슨 수작이요 수작이. 얘, 너 날 따라와라. 우리 형님이 변호사다.
나는 두 남녀를 째려보며 턱짓으로 따라오라 이르고, 그 아이 손을 잡고서 사람들 사이를 비집어가며 건물 쪽으로 걸어갔다.
#2. 어느새 노무현 변호사의 사무실 안. 사람들이 가득하다. 나는 곧장 노무현에게 다가가 상황을 설명하고 세 사람을 그에게 인도했다.
서너 번 눈 깜빡할 동안 무슨 말을 들었는지 예의 그 두 남녀는 굳은 얼굴로 총총히 사라지고 아이는 밝은 모습으로 돌아선다. 이윽고 노무현 변호사가 업무를 끝내고 사무실을 나선다. 나는 알 수 없는 곳으로 그를 따라 종종걸음을 쳤다. 공터엔 아직 사람들이 가득하다.
#3. 순식간에 어떤 마른강 건너 언덕바지.
나: 형님, 오늘 고생하셨는데 삼겹살에 소주나 한잔합시다. 여쭤볼 것도 있고.
노무현: 아, 그래. 근데 나 지금 누굴 만나야 하니까 좀 이따 보세. 우리 집으로 와.
그가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 약도를 그려 내밀었다.
나: 알았습니다. 그럼 이따가…
돌아선 나는 급류의 흔적으로 크고 작은 바위들이 어지럽게 흩어진 그곳 마른강을 다시 건넜다. 이쪽 바위에서 저쪽 바위로 훌쩍훌쩍 건너뛰며 저편 강기슭에 다다라 뒤를 돌아봤다. 그가 웃으면서 손을 한번 번쩍 들어 보이더니 이내 돌아선다. 휘적휘적 발걸음을 옮기는 뒷모습이 무척 외로워 보인다. 그는 그렇게 멀어져갔다.*
2009.11.02(월)에 한 카페에 썼던 글입니다. 블로그 개설하고 전체모양을 갖춘 후 조금 손질해서 올려봅니다.*
2011.08.02(화)
수오몽생
'몽생지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재04] 대한의사 이재명군(부제: 공무도하 1909) (0) | 2011.12.31 |
---|---|
[연재03] 대한의사 이재명군(부제: 공무도하 1909) (0) | 2011.11.19 |
[연재02] 대한의사 이재명군(부제: 공무도하 1909) (0) | 2011.10.11 |
[연재01] 대한의사 이재명군(부제: 공무도하 1909) (0) | 2011.09.23 |
실제상황 김 일병 다리 잘린 사건(4부작 옴니버스 자전적 엽편소설 2부) (0) | 2011.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