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생
내가 1989년도에 읽은 가면의 생은 구소련 리투니아 출신 유대계 프랑스 작가 에밀 아자르(1914~1980/본명 로맹 가리)의 1976년 작품이다. 스무 살에 쓰기 시작하여 출간되기까지 무려 40년이 걸린 이 작품은 청장년기를 지나면서 쓰다가 포기하고 또다시 쓰기를 거듭하는 동안의 그의 정신세계의 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체성의 혼란과 인간의 이중적 삶에 대한 혐오, 문학의 궁극적 가치에 대한 고민 등을 담아낸 바로 이 가면의 생을 내고 4년째이던 1980년 의문의 권총 자살로 그의 생은 마감됐다. 그는 로맹 가리로 하늘의 뿌리를 발표해 1956년 콩쿠르상을 받았고 필명 에밀 아자르로 자기 앞의 생을 발표, 1975년 한 번 더 콩쿠르상을 받았다.
유례없이 한 사람이 같은 상을 두 번 받은 셈인데, 필명과 본명을 넘나드는 동안엔 라이벌로 맞선 각기 다른 사람으로만 알려졌던 그는 유서를 통해서야 동일인임을 고백했다. 유서를 남긴 것으로 보아 자살로 보이긴 하나, 세계적인 대작가에 대한 음모로도 보이는 그의 죽음이 드러난 대로 권총 자살이 확실하다면, 스스로 둘러쓴 가면의 무게에 짓눌려 견디지 못하고 자살로써 가면의 생을 마감한 건 아닐까.
어찌 됐든 그는 마지막 순간에 가면을 벗어 던졌다.*
참고∥주 LA 프랑스 총영사 시절에 만난 그의 두 번째 부인 영화배우 진 세버그는 인권운동을 하면서 언론의 공격과 FBI 감시로 고통 속에 몸부림쳤고, 둘째 아이가 출산 후 이틀 만에 죽자 1970년 이혼을 요구한다. 그 후 그가 죽기 1년 전, 1979년 변사체로 발견됐다. 약물복용 자살설에 권총 자살설, 그런가 하면 FBI 살해설까지 있다. 그녀가 죽었을 때 로맹 가리는 미국 사회와 FBI를 신랄하게 비판했었다.*
#가면 쓴 사람
세상에는 너무나도 빤한 자신의 잘못을 끝내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터무니도 없는 온갖 궤변으로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한다.
거짓말을 일삼다가 들통이 나도 뻔뻔하기 짝이 없는 사람도 많다. 상대가 오해한 것이라며 한사코 우긴다. 그러고 말면 그나마 참 다행일 텐데, 한술 더 떠 자신은 늘 솔직한 사람인 양 가장하기에 바쁘다.
사람이 남에게 자신을 가장해 버릇하면 가면을 쓰게 마련이고, 가면이 체질화되면 결국 그 가면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가면을 쓴 채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가면 쓴 사람이 많다.*
2009.11.27(금)에 한 카페에 썼던 글입니다. 블로그 개설하고 전체모양을 갖춘 후 조금 손질해서 올려봅니다.*
2011.08.02(화)
수오몽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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